경상도/17.경남·하동군

[스크랩] 방아섬의 추억

우주먼지(宇宙塵) 2011. 6. 25. 20:03

2010.10.30-31.

                                                                              사진: 남귀순 내친구

시월이 다 가는 날 35년 전 친구들이 모인다.

세월이 다져 준 믿음과 성숙을 딛고...

여중동창생들, 우린 뺑뺑이(평준화) 1회였다.

 

부산에서 오는 친구를 창원고속터미널에서 만나

지금 영주에서 오는 친구를 태운 대구 친구들과

남해고속도로  함안휴게소에서 만나고 있는 중

 

김밥, 약밥, 흰송편, 모시송편, 갖은 것으로 버무린 찰떡, 감, 귤, 사과, 홍시, 치즈, 포도주, 물과 차

그리고 커피 ㅎㅎ

이 아지매들이야 묵으로 가면서 이리 준비하다니 ㅋ

못말려~  

 

차 3대에 나눠 타고 출발,

부산친구가 하는 이바구가 치과의사 아니랠까  어찌나 쫀득쫀득한지  넋을 놓고 있다가

갑자기 어디쯤 지나는지 퍼뜩 정신이 들어 모두 긴장

아직 진주를 지나지 않았고, 진교에서 나간다는 사실을 알았을 때

우리 무슨 이야기를 하다가 멈췄는지 아무리 생각해도 차 안에 있었던 친구들이 모두 기억해낼 수 없었다는 사실에 순간 멍청해졌다가 모두 웃었다.

얼마나 서로를 원하고 이야기 하고 싶었는지, 함께 있고 싶었는지

모두들  얼마나 기다린 만남인지를 알 수 있지 않는가!

온 몸으로 공감한다.

 

진교나들목을 나가 진교를 관통하여 남해쪽으로 6여분 달렸다.

하동군 술상리 어전마을

네이비에는 '술상'만 쳐야 나온다.

공동판매장 앞 선착장에서 차를 세우고

건너 보이는 섬주인에게 전화를 걸어 배를 부른다.

우리가 가는 섬 앞에 밥그릇 엎어 둔 것 같은 무인도가 방아섬인데

우리가 가는 섬을 방아섬이라 하는 이유는 모르겠다.

주인 내외가 제3공화국 때 불하 받은 섬으로 개인 사유지다.

하루에 예약 받을 수 있는 팀이 8, 한 팀의 최소 인원은 5명,

세 끼에 두 당 7만원(7월부터 6만에서 올랐단다. 물가 무섭게 오른다.)

저녁과 다음 날 아침 두 끼는 6만원

점심을 먹어야 본전을 뺀다는 사실에 우린 점심을 먹고 저 섬을 나왔다.

후회하지 않는 식사였다.

섬으로 가는 배에서 

부셔져 내리는 오후의 햇살에  웃음이 녹아 흐르고

그저 즐겁다.

 2층 전망 좋은 방을 배정 받았다.

15명은 수용할 것 같은 넓은 방

자유롭게 그러나 잘 어울리며 보기 싫지 않게 자리를 잡고

사무관 승진 시험에 합격하고 연수를 하다 내려온 친구를 위해

축하 허브비누 꽃바구니를 준비했다.

서로가 서로를 생각는 맘이 이러하다. 그러니 인생은 아름다운 것이지~

가장 최근에 딸을 시집 보낸 시은이도 턱을 낸다. 

그리고 친구의 남편이 준비한 답례품을 황금상자를 받는 양 받았다.

모두 사랑 받는 아낙들이라는 징거~

11명이 오지 못한 친구들을 아쉬워했다.

참 기분 좋은 일이다.

'땡땡땡~"

옛날에 엿바꿔 먹은 학교 종이

여기서는 땡땡땡 밥 먹으로 오세요 소리

 

찍사 친구와 내가 속한 상에 앉은 친구들이 세 끼 내내 같이 제일 먼저 내려와 제일 안쪽 자리를 차지

"우~샤, 우리는 에너지가 그만큼 많다는 것 아닌교. ㅎ"

야채는 섬에서 직접 키운 것

모든 음식이 정갈했다. 그리고 웰빙.

음식은 줄을 잇고 식사는 계속된다. 마지막 숭늉에 이르기까지.

저녁 먹고 해변에 나가 가슴까지 차오르는 배를 쓸어내리며

산책 그리고

노래, 어쩌면 그렇게 고운 화음이

어우러져 쏟아지는 별빛과 버물리고 바닷물에 행궈져 파도치는 지 내 코끝이 찡해질 정도

5학년 아재매들 맞는거야?! 오우~

 

바다는 신선한 바람을 품었고

하늘은 그믐달도 숨어 온통 별빛으로 찰랑거렸다.

지상의 가로등 너마저 잠들면 좋으련만......몇 개 가로등이 눈을 끔뻑끔벅한다.

 

 숙소로 올라와 윷놀이, 무주리조트에서 먼저 나는 팀이 벌금을 내던 거꾸로윷놀이가 생각난다.

2층이라 행여 아랫층이 소리날까 소리나지 않는 화투로 하는 에티켙 윷놀이

요즘 어디를 가도 왕왕거리는 무대뽀 아지매들 생각하면

어찌 이리 고운 맘을 지니고 남을 배려하는 친구들인지 꼭 껴안아주고 싶다.

악보를 카피하고 mp3에 음악을 다운 받아온 친구

가사를 받아적고 가르치고 함께 즐기는 이 밤~

보배로운 친구들이다. 그러니 우린 환갑이 되면 같이 남미 이과수 폭포 아래서

혹은 마추피추 꼭대기에서 세상을 다시 볼거다.

친구들아 건강하그라. 재미있게 살며 기다리자.

그런 의미에서 지금 연습하고 있는 노래들 그리고 한국무용은 자리가 잡혀가고 청어엮기처럼 엮여갈 것이제?

그 춤사위가 사위를 에둘러 우리의 가슴을 떨게 한다.

난 그저 적금통장만 잘 간수하면 되겠제? 

밤이 깊으면 아침이 오는 법

모두 노인 앞자리를 깔았는 지 그리 일찍 일어나노?

모두 알람과 모닝콜을 해제시킨 것이 소용이 없네.

간 밤 잠자리에 들면서 청소를 하고 자리를 깔던 친구야, 어쩌면 맘이 그리 넓고 곱노?

평생 사랑 받을 거여~ 그 적선이 대대손손 음덕으로 작용하겠다.

저 봐라~

해를 향해, 바다를 향해, 하늘과 수평선을 향해 앉은 저 자세에

살아온 연륜의 덕이 묻어있다. 성실하고, 정직하고, 순결하고, 따습고, 너르고, 밝고 명랑한 그 무엇 

 솟아 오른 해는 방안 깊숙이  반대편 문까지 비쳐든다.

종치기 전까지 꽃단장은 해야죠?

벌써 모닝커피까지 하는 친구

친구들을 위해 과일을 깎아 내는 친구

그래 우린 친구야, 친구! 

아침식단도 맘에 들었다.

점심에 대한 기대를 안고

물이 빠진 섬둘레길을 간다.

장모님들, 시엄니도 똑같다. ㅎ

앞에 선 찍사친구도 장모님,

우린 그녀을 향해 웃는다.

섬둘레 바위들은 전위미술품, 설치미술이 따로 없더라.

구성이면 구성, 조각이면 조각, 부조면 부조......

자연이 만든 것을 사람이 어찌 따라갈까?

석화를 캐어 기어이 그 속을 꺼내어 먹는다.

향과 맛을 설명할 길이 없다. 그래 이 맛이여!

육지쪽 해안은 모래와 잔잔한 자갈 해안

우리는 쪼그리고 앉아 골부리와 조개를 줍는다.

골부리가 지천이다. 이리 줍다가는 어촌계장님 뛰어오겠다고 하면서...

 아쉽게 해캄을 시키지 못하고

단번에 기절시키는데 실패하여

친구가 친구들을 위해 애써 삶은 골부리를 빼먹을 재주가 없었다.

앗뿔사~~

 저 해안을 돌면서 우리 외에는 아무도 만나지를 못했다.

우리들이 독점한 해안, 뜀뛰기를 하든 춤을 추든 우리는 자유~

한 바퀴 해안을 돌고

섬 정상을 향해 산을 오른다.

가을 산의 정취가 물씬 묻어난다.

그 산으로 난 소라껍데기 같은 길을

지지배배 노래를 앞세우고 낙엽 밟는 느낌이란

밟아 본 사람만 압니다요.  

섬의 정상에서 정상회담의 담화도 참석한 사람만 압니다요. ㅍㅎㅎ

 

이때 방에 남아있던 친구가 골부리와 조개를 씻고씻어

우리를 위해 삶았단 말이제? 그 맘에 입맞춤, 댕큐댕큐

 저게 바로 방아섬

 찍사요 이리 불안한 구도로 잡기요?

다시 땡땡땡 기대하는 점심이 우리를 부를 때까지

방에서 다음 일정을 짜면서

모두 골부리에 도전, '쪽쪽쪽~'

아서라~ 이빨 다친다, 깨물지는 말아야지.

 

해박한 여주인의 일장 연설에 많이 유식해지며

점심은 끝나고, 돌아가는 배를 탄다.

배를 부리는 아저씨의 서비스로 바다를 한바퀴 돌았다.

이런 서비스가 그냥 이루어질까나

다 원인이 있었던 것

여기 집나온 아지매 같은 폼의 친구, 우리들의 미향이 사장님,

그라고 저 미즈 타이타닉 정애 유치원 원장님의 열망이 그것.

 

그래 아무리 작은 열망이라도 말하라~

표현된 것들이 우리의 삶을 변화시킬 것이니!!

.............................................................짠~ 갱숙이의 말 ㅎ

 

섬을 덮고 있어 벌을 유인하던 금잔화

금잔화 한 송이로 미스 동막골이 된 미향이 

배 고물에 겁도 없이 활짝 날개를 펴보이는 정애.....대물이야

대물하면 하윤이도 빼놓을 수 없다.

그녀의 결단력, 일처리 능력, 돈계산, 운전봉사.....오두방정에 이르기까지

우리들의 보배이다.

 

땅에 발을 디디고

오도리와 물메기를 사는 친구들을 기다려

자, 나는 동으로 그대들은 북으로

그렇게 내년 2월에 만날날을 기약한다.

 

친구야, '친구'라는 그 말 한마디로 어울리던 순수한 시간

시간으로 더욱 농익은 그 情을 숙성시켜보자.

마추피추의 흔적이 현대인을 불러 감탄시키고 변하지 않는 무엇을 전하듯이.

우리도 7년 뒤에는 그 변하지 않는 것이 무엇인지

보고 듣고 말하고 맛보러 간다.   

 

출처 : 기쁨
글쓴이 : 조약돌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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